“자신이 죽을 것 알면서도..” 아내에 마지막 인사 후 남은 승객 구하러 되돌아간 버스 기사 결국 120m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17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의 빈소가 차려진 가운데, 지하차도에 고립되었던 버스를 몬 50대 운전기사의 의로운 죽음이 전해져 화제입니다.

앞서 청주 오송 궁평2 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50분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6만톤의 물이 지하차도에 쏟아지며 차량 16대가 수몰되어버린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 차량 침수 사고로 인해 총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그 중 버스 운전기사 A씨는  지난 17일 지하차도 입구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 고립됐던 버스를 몬 50대 운전기사가 승객들을 구한 뒤 남은 승객을 구하려 다시 버스로 돌아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버스 운전기사 A씨(58) 유족은 17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4~5명을 먼저 탈출시켰지만, 남아있는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버스로 다시 돌아와 창문을 깼다”

“형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습니다.

“형은 대응을 잘했는데도 버스가 (그쪽 지하 차도로) 우회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례를 잘 치르고 승객들이나 가족들과도 얘기를 나누려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A씨는 지하차도에 물이 휩쓸려 들어오면서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자 승객들에게  “창문을 부술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버스에 탔다가 숨진 여성의 유족은  “같이 여행 가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기사가 창문을 깰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했다’고 말한 뒤 끊었는데 그 뒤로 통화가 안 됐다더라”고 증언했습니다.

A씨가 운전한 747 급행버스는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오가던 전기버스입니다.

아들 결혼식을 3달 앞두고…

A씨의 발인은 19일 오전 엄수되었는데요.

버스 기사 A씨의 90대 노모는 운구차에 실린 그의 관 위에 엎어져 “아들이 어딜 가냐…”며 흐느꼈습니다.

오는 10월 A씨의 둘째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A씨의 35년 지기 친구라고 소개한 김 모씨는 “친구도 가족도 자기 가족처럼 챙겼던 사람이었다”

“명절마다 빠지지 않고 우리 집에 와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내가 일이 있어 집에 들어오지 못하면 우리 어머니를 찾아보던 사람이다”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다른 친구인 김 모씨는 “사고 당시 친구가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드릴테니 탈출하라고 했다던데, 그 사람은 정말로 승객이 다 나가는 것을 보고 마지막에 탈출했을 사람이었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 그러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A씨는 봉사활동에도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일하지 않는 날에는 초등학교 앞에 나가 학생들의 등굣길 안전을 책임졌고, 1년에 한번씩 장애인, 노인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전국 여행을 시켜줬다고 합니다.

A씨는 원래는 택시 기사 출신으로 10년 전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던 친구 최 모씨의 권유로 같은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데요.

그는 출근 시간이 새벽 5시 반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3시에 나와 사무실 정리를 하고 마당을 쓸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는 성실한 성격 덕에 금세 회사에서 인정받게 되었는데요.

몇 년 전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기도 했습니다.

운명의 747번 버스

이후 그는 베테랑들만 운전한다는 747번 버스의 운전대를 잡게됩니다.

최씨는 “747번 버스는 외지인들을 싣고 청주공항과 오송역 사이를 오가는 노선으로 회사의 얼굴과도 같은 버스였다”면서

“그 버스는 그가 살아온 삶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게 죽음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침수된 도로를 피해 지하차도로 들어갔다고 그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만큼 승객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알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친형 이 모씨는 “동생이 아내에게 급하게 전화를 걸어 ‘버스에 물이 들어차고 있다’며 혹시 모를 작별 인사를 했다고 하더라”면서

“미호천이 넘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는데 당국은 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습니다.

소방당국은 18일 사실상 실종자 수색작업은 완료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이번 참사의 책임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릴 예정입니다. 

무너진 제방은 미호강교 확장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임시로 세운 제방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인근 주민들은 이 제방의 높이가 기존 제방보다 낮게 세워졌고 이로 인해 참수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수사 본부는  어느 한 쟁점에 집중하기 보단 다방면에서 수사를 펼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