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소정 씨는 향년 73세에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지만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혼수 상태에 빠졌는데요.
폐렴 증세로 입원했던 고인은 갑작스레 발병한 패혈증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회복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패혈증이라는 것이 세균에 감염되어 고열과 염증 반응으로 쇼크 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인데 패혈증은 병명이라기 보다는 증상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패혈증이라는 말보다는 어떤 원인으로 패혈증에 감염이 되었는지가 더욱 더 중요한데요.
유언도 못 남기고 갑작스럽게…
남편인 원로배우 오현경은 아내의 사망원인에 대해 밝히길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다”
“상태가 점점 심각해져서 병원에 입원했더니 의사가 ‘백혈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라고 했다”
“근데 뭐에 감염됐는지 원인균도 못 찾았어. 사인이 ‘희귀병 패혈증’이래. 참 황당하게 떠났다”
“중환자실에 입원하기 전 아내가 내 등에 머리를 툭 떨구더니 ‘여보 내 몸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아’ 그러더라고”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대화가 불가능했다 ‘여보 나 누군지 알아?’ 그랬더니 간신이 ‘으, 응’했다. 유언도 못남겼다”라고 밝혔습니다.
독립운동가 집안
배우 윤소정은 영화 배우 겸 영화감독이었던 윤봉춘 감독의 딸인 고인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배우가 됐습니다.
김기영 감독이 “하녀”에 집착했다면 윤봉춘은 “유관순”에 집착해서 고춘희, 도금봉, 엄앵란을 주연으로 무려 세 번이나 유관순 일대기를 영화화한 영화 연출가입니다.
또한 외할아버지가 영화감독 윤봉춘으로 3대째 영화인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참고로 윤소정 집안은 독립운동으로도 유명합니다.
윤봉춘이 1993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받았습니다.
윤소정의 딸 오지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할아버지 별명이 6시 5분 전이라고 들었어요”
“독립운동을 하시다 일본 순사로부터 심한 고문을 당하셔서 손가락도 부러지시고 척추가 휘어서 항상 약간 기울어진 자세로 다니셨기에 이런 별명이 붙으셨다죠”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영화도 결국 대중을 선동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 판단하셔서 독립운동 전략의 일환으로 하신 거라고 하셨어요”
윤소정의 딸 오지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과 집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워낙에 유명하다 보니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네요.
오지혜 데뷔 초기 한창 기대지란 평을 받고 있을 때 어떤 음식점에서 누군가 “나도 저 집안 딸이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지혜는 “내가 받은 칭찬의 8할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시도 낙태할 수 없었다.” 라고 말했습니다.
8살 연상 남편 평생 병 수발하고..
지난 1964년 TBC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TV 드라마에서는 정극과 코믹 연기를 가리지 않았고 영화와 연극에서는 전형적인 어머니상 대신 개성 넘치고 강렬한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
그러다 윤소정은 1968년 여덟 살 연상의 배우 오현경과 열애 끝에 결혼합니다.
통금으로 인해 집에 가지 못해 인천 모 호텔에서 맺어진 사이라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윤소정이 오현경을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선생님과 제자 사이였는데 그게 어느 날 오빠가 되고 아빠가 되었다는 식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윤소정은 “하루는 남편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그 집으로 문상을 갔다. 그러자 남편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날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을 했는데 그 이후부터 남편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남편은 지금도 날 어린 아이 취급을 하며 항상 날 따라다니면서 잔소리를 한다. 게다가 밖에 외출하기 전에도 잠깐이라고 체크 리스트를 적어서 붙여주기도 한다”
“사실 나이차가 많이 났기에 난 처음엔 남편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항상 날 불안하게 보는 것 같다.” 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여덟 살 나이 차이는 별거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띠동갑도 워낙 흔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윤소정 오현경 부부가 원래부터 스승과 제자 사이였기에 두 사람 사이에 이런 격차가 존재한 것 같네요.
하지만 연예계 대표 잉꼬 부부였던 두 사람 관계는 남편 오현경이 암 투병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거치며 위기를 겪게 되기도 합니다.
오현경은 1994년 식도암으로 식도를 크게 잘라내는 수술을 했고 이후 8년여 후에는 다시 위암으로 위를 절반 가량 잘라내는 등 크고 작은 수술만 7번을 하는 투병을 했는데요.
윤소정은 사망 전까지 남편을 위해 집과 촬영장을 오가며 헌신적으로 보살폈다고 합니다.
오랜 수발생활에 윤소정 역시 크게 심신이 약해져서 남편 오현경보다 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위해 무대에 섰다
당시 윤소정은 SBS “엽기적인 그녀”에서 자혜대비로 열연했던 상황인데요.
사전 제작 드라마로 이미 모든 촬영은 끝난 엽기적인 그녀가 윤소정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윤소정 올가미 때부터 참 좋아했던 배우 그대를 사랑합니다.”, “좋아했어요.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윤소정 배우님 별세 소식 너무 충격이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이후 1년 후 딸인 배우 오지혜 씨는 생전 어머니의 주요 출연작이었던 <신의 아그네스>에서 엄마가 맡았던 ‘닥터 리빙스턴’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했던 <신의 아그네스>에는 ‘고 윤소정 선생 추모공연’이라는 설명이 달렸는데요.
배우 오지혜 씨는 “세월호 사태를 겪은 이후, 연극을 할 수 있는 의지도 기력도 없었다”
“나를 연극무대로 다시 이끈 것은 엄마의 손길인 것같다”라고 말했는데요/
“딸로서는 고통스러운 무대다”
“몸으로 탈상(脫喪)하는 것 같다”는 말로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연습을 하다보면 꼭 생전의 엄마 같은 나를 느낀다. 몸에 소름이 돋는다”
“공연을 연습하면서 마치 ‘초혼가’를 부르는 느낌에 휩싸이곤 하죠”
“엄마가 떠나고 1년 넘었지만 아직 나는 엄마를 보내지 못했거든요. 이번 공연이 끝나면 비로소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심정을 밝혔습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