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동진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한때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를 브라운관에서 못 본 지도 어느덧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요.
임동진은 갑자기 발병한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받더니 결국 급성 뇌경색까지 발병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고 동시에 숨까지 쉬어지지 않으며 생사를 오간 끝에 의사로부터 사망을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자택에서 쓰러질 당시 그는 심호흡을 해 보려 애썼지만 답답한 심장은 움직여주지 않았고 자신도 모르는새 주먹으로 가슴팍을 내려치면서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고 생각했다는데요.
당시 안방에서 컴퓨터를 하던 아내는 남편의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쓰러진 남편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내에게 발견됐을 당시 임동진은 이미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점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너무나 놀라 119를 불러야겠다고 달려가려 했지만 그때 임동진은 “119 불러도 소용 없어 그냥 나를 여기 눕히고 제발 내 옆에 있어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미 자신은 다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에 응급 조치를 받느라 시간을 허비하느니 죽기 전 아내와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었는데요.
그렇게 사경을 헤매며 정신을 잃어가는 순간 임동진은 아내에게 유언을 남기게 되는데 “자신이 떠나면 장기는 다 기증하고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그러자 아내는 마치 아기처럼 “싫어 싫어”하면서 울기 시작했고 “남편이 죽으면 자기 가슴에 품고 살다가 뒤따라 갈 거다. 절대 혼자 못 보낸다”고 통곡했다고 합니다.
당시 아내가 그렇게 통곡하는 걸 보니 임동진은 ‘내가 이렇게 죽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갑자기 들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어떻게든 살아야겠구나’ 싶어서 119를 불러달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되는데요.
그렇게 그는 급성 뇌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게 되었고 의사는 임동진의 상태를 체크하더니 가족들에게 너무 늦었으니 장례를 준비하라고 말하게 됩니다.
이후 임동진은 나흘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임사 체험을 하게 되는데요.
임사 체험이란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사람들이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상황을 겪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임동진은 인사 당시 삶의 끝에서 예수님의 뒷모습을 보았다고 하는데요.
그는 말하길 “찬란한 초록색으로 빛나는 넓은 들꽃 벌판에 서 있었어요. 저쪽 먼 곳에 아치로 된 문이 보였죠”
“그리고 그 앞에 그림에서 보던 그분의 뒷모습이 있었어요”
“꿈속에서도 심장이 멎는 듯했죠. 숨을 죽인 채 이제 돌아보시겠지 지금일까 지금일까 하며 조마조마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어요”
그런데 절대 뒤로 돌지 않으시더군요.
한 번만 나를 보셨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귓가에서 ‘주소 말씀해 보세요. 몇 살이에요? 이름이 뭐예요?’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임동진은 그 순간 다시 생애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눈을 뜬 그에겐 세상이 보이지 않았는데요.
뇌를 다친 탓에 시력이 상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마치 두꺼운 포장을 덮어 놓은 것처럼 뿌연 형체로 보이고
천장은 자신을 내리 누르듯 낮아졌다가 높아지기를 반복하며 팔에는 링거병이 내게 달려 있었는데요.
임동진은 정신은 돌아왔지만 대신 감각이 무뎌진 바람에 이때부터 극단적으로 예민해지게 됩니다.
이후 일반 병실로 옮겨진 임동진은 어느 날 담당 의사가 들어오더니 아내를 밖으로 불러냈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아내는 갑자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밖에서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임동진은 순간적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아픈 자신을 돌보던 아내가 이상하리만큼 갑자기 밝게 행동하자 아내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냐?”라고 묻게됩니다.
아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투로 “뭘?” 이라고 하자 답답했던 임동진은 “내가 평생 연기만 한 사람인데 당신 연기하는 거 모르겠냐?”며 똑바로 말하라고 아내에게 크게 다그치게 됩니다.
결국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본 아내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당신의 생명은 구했지만 이제 다시는 못 걷게 됐으니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아내의 말을 듣고 임동진은 자신의 몸을 다시 한 번 움직여보려고 힘을 줘봤지만 목 위와 손을 제외하고는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아내에게는 담담한 척 “그래” 하고 말했지만 속에서는 통곡이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임동진은 젊은 시절부터 연기자로 살아오며 특유의 카리스마로 특히 사극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해 <한명회>에서는 김종서를 <왕과 비>에서는 수영대군인 세조를 <정도전>에서는 최영 등 작품에서 굵직굵직한 역할들을 해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역할들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자각하며 끝도 없는 슬픔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때 그는 과거 너무나 힘겨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함경남도 출신인 그는 갓 태어난 한 살 때 부모님의 등에 엎혀 월남에 인천에 정착했지만 그로부터 불과 5년 뒤 6.25가 발발하면서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데요.
임동진은 1.4후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부산으로 피난을 왔지만 이후 혹독한 가난에 이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10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어머니는 떠나고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지 찾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소년 가장이 되어 4명의 동생들을 챙겨야 했는데요.
자기 몸도 돌보기 힘든 그 어린 임동진에게 닥쳐온 현실 속 세상은 너무나 원망스럽고 때로는 증오스럽기까지 했던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사춘기를 보낸 그는 서라벌 고등학교로 진학해 연극부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당시 연극부에서 배우 이정길을 만나 함께 활동하며 이후 60년을 이어오는 절친 사이로 우정을 이어가게 됩니다.
임동진이 말하길 “정길이는 그야말로 진짜 친구다 내 이야기를 다 털 수 있고 저쪽 이야기를 다 내가 들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그게 정길이다”
“정길이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나는 정길이 어머니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어머니는 아들 친구들을 보면 ‘내 새끼들 왔구나’ 하셨다”
“그리고 정길이와는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가정적으로도 그렇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도 서로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임동진에게 이정길은 “동진이는 정말 감성이 풍부한 친구였다”
“그리고 사내들 세계였지만 서로의 아픔이 있었다”
“그걸 이야기하면서 눈물도 같이 흘렸다”
“그런 게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친구다”라고 회상했는데요.
그렇게 거친 방황 속에 성인이 된 임동진은 이후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는데 아내 역시 그의 아픔을 넉넉하게 이해하고 감싸 안아준 사람이었습니다.
임동진은 말하기에 “아내는 유독한 집 안에서 자랐어요”
“처음엔 장인 장모가 저와의 결혼을 많이 반대하셨죠”
“하지만 결혼 뒤엔 ‘둘째 사위가 최고’라고 할 만큼 많이 아껴주셨어요”
“부모님께 받지 못한 사랑과 정을 장인과 장모께 받았다고 느낄 만큼이요”
“아내는 제 동생 4명이 결혼할 때마다 넉넉하지는 못할지라도 한 살림씩 꾸려 챙겨준 마음 따뜻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임동진은 이후 연극 무대에 데뷔하게 되었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하다 tv 탤런트로 전향하며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이후 87년에는 <토지>를 통해 kbs 연기 대상까지 차지하며 전성기를 달리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정기 검진을 받았다가 갑상선에 작은 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 때라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당시 아내는 당장 큰 병원에 가서 조직 검사를 받아보라며 성화를 부렸다고 합니다.
한참을 미적대다 몇 달이 지나서야 검사를 받게 된 임동진 그런데 그때 그만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요.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암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검사를 미루던 몇 달 사이의 종양은 한쪽 갑상선을 제거해야 할 만큼 커져 있었는데요.
의사는 지금은 한쪽에만 있는데 다음에 위험해질 수 있으니 양쪽 갑상선을 다 제거하자고 했고 결국 임동진은 이후 갑상선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갑상선은 호르몬을 분비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기관이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어야 피로가 회복되고 면역력도 높아지는데요.
그런데 임동진은 이제 아예 이 호르몬 자체를 만들어낼 수조차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는 말하길 “보통 사람이 100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면 제게는 50밖에 없는 거죠”
“꾸준히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지만 그것으로는 다 보충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늘 피곤한 상태 일종의 만성 피로 같은 증상이 있어요”라고 말했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임동진은 또 한 번 뇌경색의 고통까지 겪게 된 것인데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깨어난 이후 그는 다른 사람 앞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자존심에 식구들을 다 병실 밖으로 내몰고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 그는 일어났다가 앉으려하면 왼쪽으로 푹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려 하면 또 왼쪽으로 푹 쓰러지곤 했는데요.
바로 뇌에서 신체의 균형을 잡는 부분이 훼손이 된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쓰러지면 또 일어나고 쓰러지면 또 일어났어요”
“결국 3일 만에 침대 위에 앉는 데 성공했죠”
“그 뒤에는 어깨로 바닥을 딛으며 침대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걷는 연습을 시작하려고하자 아내가 ‘제발 곁에서 지켜보게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나 우스운 꼴 보고 싶어 그러느냐’고 심한 소리를 하며 병실 밖으로 내쫓았죠”
“그런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라고 털어놨는데요.
그는 벽을 짚고 일어선 뒤 침대에서 출발해 두어 걸음을 걸어갔다가 맞은 편 벽을 짚고 돌아오는 연습을 오전에 1천 보 오후에 또 1천 보씩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몸이 자꾸 왼쪽으로 기울어졌지만 임동진은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결국 피나는 노력 끝에 마침내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결국 임동진은 병원 생활 22일 만에 담당 의사에게 퇴원 허락을 받게 됩니다.
의사는 “원래 이런 얘기하는 걸 참 싫어하는데 선생님의 경우는 정말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는데요.
마침내 그가 두발로 걸어 퇴원하던 날 신경외과 병실의 거의 모든 환자들이 병실 문을 열고 그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들에게 임동진은 나도 언젠가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던 것이었는데요.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길 “퇴원하고 7일 만에 sbs 드라마를 찍었죠”
“쓰러지기 전부터 약속이 돼 있었거든요”
“거기서 전 은퇴한 주먹 보스역을 맡았는데 첫 장면이 부산 영도다리 위를 달리는 거였어요”
“제가 두 다리를 옮겨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아직 시력이 다 회복되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정말 최선을 다해 뛰었죠”
“걷는 장면에서도 한껏 멋을 부렸고요”
“그전에는 걷는다는 데 대한 자각조차 없었는데 그 때는 두 발을 디디며 걷는다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는 거예요”
“파도처럼도 걸어보고 영국 신사처럼도 걸어보고 그래서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임 선생님은 걷는 모습이 참 멋지다고 해요” 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나 임동진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직 뇌경색 후유증을 계속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의식하지 않으면 몸이 자꾸 왼쪽으로 치우쳐져서 균형을 잡으려면 늘 온몸에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를 더 힘들게 만든 것은 정신적인 후유증이었는데요.
그는 다시 살아났다는 것에 감사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람이 갑자기 돌변했고 세상 모든 것을 심지어 아내조차도 의심하고 미워했다고 하는데요.
“하루는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데 앞차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아내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어요”
“그 순간 아니 ‘이 사람이 나를 다치게 하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인데 그때는 그런 분노가 불합리한 것이라는 판단 자체를 할 수 없거든요”
“그냥 화가 솟구치는 거예요. 그래서 차 이쪽에 대 나 내릴래” 하고 말했어요.
“아내는 달리는 도로에서 무작정 저를 내려줄 수 없으니 미안하다 다시는 안 그럴 테니 조금만 더 가자”고 했죠.
“그 소리를 듣고 전 화가 더 나서 달리는 차 문을 열고 그대로 내리려 했어요”
그렇게 깜짝 놀란 아내가 차를 세우는 순간 임동진은 차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인적 없는 길을 뚜벅뚜벅 걷는 동안 아내는 차를 천천히 운전하며 뒤따라 와 주었고 한동안 이런 일이 끝없이 반복됐다고 하는데요.
힘겨운 어린 시절과 고된 투병 생활 그리고 이어진 긴 후유증 멋진 신사 같은 겉모습과 달리 그의 인생 곳곳에는 이렇게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동진은 자신의 인생에 감사하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말하길 “저는 중환자실에서 물조차 넘길 수 없어 겉으로 입술만 축이는 환자, 스스로 숨 쉬지 못해 호흡기에 의지해야 하는 환자 등 갖가지 고통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을 봤거든요”
“제가 자유롭게 숨 쉬고 물 마시고 두 발로 걷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가슴 절절하게 깨달았죠”
“내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그 순간 저는 새로 태어난 것 같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극한의 고통을 통해 비로소 삶의 아름다움과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었는데요.
그간 수많은 고난을 겪으며 소중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이제는 부디 더 이상 다른 불행은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며 힘든 삶을 살아온 배우 임동진에게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