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은 194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무려 4명이나 되는 여자와 살림을 차린 사람이었는데요.
밀양 천석꾼의 2대 독자로 태어난 아버지는 손숙을 낳은 어머니가 첫째 부인이고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하다 둘째 부인, 을 셋째 부인, 넷째 부인까지 총 4번이나 결혼을 하게 됩니다.
15살에 집 안에서 정해준 대로 동갑내기인 경북 상주 양반집 규수와 혼례를 치른 아버지는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공부를 하다가 방학이 되어서야 겨우 두어번 집에 들렀습니다.
가끔 집에 와서 어머니와 합방을 하곤 했지만 천상 조신했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요.
몇 년이 지나도록 부부는 서로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19살의 나이에 손숙의 언니를 낳고 난 뒤 아버지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시게 되었는데요.
처음에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함께 일본으로 떠나자고 제안했습니다.
어머니는 신랑을 따라 야반도주할 배짱도 없었을 뿐 아니라 갓 태어난 어린 아이까지 딸린 형편이니 결국 눈물로 그 애원을 뿌리쳤습니다.
일본으로 간 아버지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세상에서 나날이 변화했고 시골에서 시집살이를 하던 어머니와는 점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버지는 결국 일본에서 새로 만난 여성과 살림을 차리면서 1년에 두어 번 오던 고향집 나들이도 이 핑계 저 핑계로 건너뛰는 일이 잦아지게 됩니다.
결국 아버지는 일본에서도 아이를 낳았고 어머니는 속절 없이 그저 멀리서 남편을 그리워하며 긴 세월을 견디시게 되는데요.
두 집 살림을 차린 소식을 알게 된 국내 집 안에선 당시 난리가 나게 되었습니다.
대를 이을 아들이 없으니 결국 할아버지가 일본으로 건너가 강제로 아버지를 끌고 오게 됩니다.
“아들 하나는 낳고 떠나라”는 엄명을 받은 아버지는 사랑 없는 어머니와 다시 합방을 하게 되었고 그 사이에서 손숙을 임신하게 되는데요.
이후 아버지는 바람처럼 다시 일본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온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동네 전체가 잔칫집 분위기였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아닌 딸 손숙을 낳게 됩니다.
집안 어른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셨고 산모가 미역국도 먹지 않고 아이에게 젖도 물리지 않은 채 내내 흐느끼기만 하자 아기 손숙은 옆에서 자지러지게 울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버지는 2년 후에 또 한 번 난리를 치른 뒤 남동생을 낳았습니다.
그 후로 아버지는 남매를 낳더니 1년에 한두 번씩 명절이나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만 바람같이 다녀가셨다고 합니다.
어쩌다 아버지가 고향 집에라도 오시는 날이면 손숙 3남매는 어색하고 낯설어서 아버지의 얼굴조차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는데요.
게다가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속이 상할 대로상한 어머니는 어른들이 보지 않는 집 안 구석에서 자주 눈물을 훔치시곤 했습니다.
그렇게 집 안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손숙은 아버지가 집에 오시는 것이 전혀 반갑지 않게 되기까지 합니다.
그녀의 결혼
결국 손숙의 어머니는 참지 못하고 3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키기 위해 자식들을 데리고 서울로 상경했는데요.
아무 능력도 없고 수입도 없는 상태에서 시골에서 보내주는 아주 적은 돈에 의지해 고단한 서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춘기였던 손숙은 어머니까지 미워 견딜 수가 없었는데 “책임질 능력도 없이 왜 자신을 낳았느냐”며 악을 쓰고 덤비기도 일부러 며칠씩 밥을 굶어서 어머니를 애태우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손숙은 심지어 가족을 배반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기생이 되어 가문에 먹칠하면 복수가 될 거란 상상까지도 하게 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손숙은 결국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사고를 치고 맙니다.
바로 대학 재학 중에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그만 학교를 중퇴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당시 손숙은 기회만 있으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의 목숨 건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하게 되는데요.
상대는 바로 고려대 선배 연극배우 김성옥이었습니다.
손숙은 고려대에서 개교 60주년 기념으로 선후배 합동 공연을 할 때 김성옥과 남녀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다가 사랑에 빠졌는데요.
대학 3학년 때 결혼하면서 학교까지 중퇴하게됩니다.
아버지 없이 할아버지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날 손숙의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셨습니다.
그러자 그만 신부인 손숙도 울고 온 가족이 울기 시작해서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어버리고 말게 됩니다.
손숙은 그 날 마음속으로 자신이 죽는 날까지 절대로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하는데요.
등 떠밀려 시작한 방송
그렇게 손숙은 남편과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가정을 꾸렸지만 연극 배우였던 남편은 항상 가난했습니다.
손숙은 둘째를 임신했을 때 딸기가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겨우 열 개를 사들고 옆에 있던 세 살 난 첫째에게는 고추라고 거짓말을 하고 혼자 먹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남편은 이후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댔지만 계속 실패하는 바람에 큰 빚더미에까지 올라가게 되는데요.
손숙은 마흔 살까지는 가정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 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는데 남편은 사업에 실패를 하자 전 재산을 날리고 해외로 도피까지 하게 됩니다.
손숙은 결국 수습이 안 되는 상황에 몰리면서 가족들이 심하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자 극단적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남편과 이혼까지 하려 했지만 결혼을 안 한 막내 딸을 두고 이혼하는 것이 미안해서 별거를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 마흔 너머에 등 떠밀리듯이 방송을 시작했고 광고,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수입의 절반을 쉼 없이 빚쟁이들에게 보낸 끝에 끝내 빚을 정리하게 됩니다.
이후 진심을 담아서 방송을 했던 것이 많은 이들에게 통하게 되면서 DJ로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줄 알았고 미움에 꽉 차 있었는데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용기를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을 보며 많은 치유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손숙은 진행자로 이름을 알리며 후에 환경운동가로도 활동을 하다가 결국 환경부 장관으로까지 추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장관 취임 후 일정에 잡혀 있던 러시아 공연에서 대통령을 수행한 경제계 인사들이 손수의 연극을 관람한 후 갑자기 십시일반 돈을 모아 금일봉을 들고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손숙은 무대에서 이 사실을 밝혔고 받은 돈은 공연 관계자에게 전달했지만 다음 날 손숙이 뇌물을 수수했다고 기사가 터지며 결국 취임 한 달 만에 사표를 내게 됩니다.
손숙은 당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뇌물을 받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벽을 치며 울 정도로 억울하다고 밝혔는데요.
남편 김성옥의 죽음
이후 시간이 흘러 어느덧 팔순의 나이를 앞두게 된 손숙은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느끼며 유언장까지 작성하여 공증까지 받아놓게 됩니다.
유언장에는 자신은 어차피 갈 거 주렁주렁 꽂고 하는 건 보기 안 좋으니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고 써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정작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람은 유언장을 쓴 그녀가 아닌 20여 년 별거를 해온 남편 김성옥이었습니다
태조 왕건 등 드라마와 연극 300여 편에 출연했던 손숙의 남편 김성옥은 그렇게 오랜 시간 별거하여 외로이 지내다가 마음의 병을 앓고 견디지 못한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요.
손숙은 비록 별거는 해왔지만 유족으로 자녀들과 함께 빈소를 지켰습니다.
빈소 위치는 전남 목포 봉황장례문화원 2층 vip실, 발인은 20일 10시 30분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너무나 힘든 삶을 살아온 손숙에게도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