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 김을분 할머니 씁쓸한 소식, 유승호 달려가 오열한 이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던 영화 미나리는 배우 윤여정을 필두로 전 세계인들을 반하게 했습니다.

이 미나리보다 19년이나 앞서 할머니와 손자의 조화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한 명작이 있죠.


바로 영화 ‘집으로’인데요.

당시 아역 배우였던 유승호의 외할머니로 출연했던 김을분 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김을분 할머니는 지난 2021년 4월 17일 향년 95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영화 집으로를 연출한 이정향 감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16일 영상 통화로 김을분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코로나 풀리면 꼭 면회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직접 뵙지도 못해 너무 슬픕니다”라고 울먹였습니다.


영화 ‘집으로’는 7세 서울 꼬마가 tv도 없는 산골의 외할머니 집에 와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잔잔하게 담은 영화입니다.

말을 못하고 눈도 침침한 외할머니를 벙어리라며 함부로 대하던 철없던 손자는 모든 것을 넉넉히 감싸 안는 외할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죠.


이 영화에서 김 할머니는 손자 역을 맡은 배우 유승호와 자연스레 호흡을 맞춰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영화는 4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관람에 크게 흥행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던 명작이었습니다.


이후 2007년 ‘네버 엔딩 스토리’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을분 할머니의 근황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을분 할머니는 영화 속 배경지였던 충북 영동의 집에서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김을분 할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김을분 할머니는 아나운서들이 대신 전달한 유승호의 영상 편지에 감동이 역력한 표정이었습니다.


이듬해 같은 프로에서 6년 만에 할머니와 유승호는 재회를 하게 됩니다.

당시 82에 달하는 나이임에도 치매 증상 없이 할머니는 매우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김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난 유승호를 바라보며 “우리 승호 아니냐”라며 반겨줬습니다.

당시 김일분 할머니는 훌쩍 자란 유승호를 향해

“고맙다 영화에서는 못 되게 나왔지만 승호가 정말 착한 아이였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승호는 방송에서 김을분 할머니를 위해 레드카펫을 준비하고 편지를 낭독하는 등 할머니와 다정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할머니를 향해 “결혼할 때 할머니 초대할테니 꼭 와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부탁했습니다.

할머니도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라나 모르겠네”라고 했지만 흔쾌히 수락했죠.


할머니는 이후에도 유승호가 아역 배우로 시작해 성장하면서 배우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며 동네 사람들에게 유승호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가끔 유승호가 할머니를 찾아 소고기를 사들이는 등 극진히 모셨다고 하죠.


하지만 갑작스러운 유명세 때문이었을까요.

그중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지내고자 했던 김을분 할머니를 편히 두지 않았습니다.

영화 흥행의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산골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할머니의 손자는

“영화 출연 후 시골집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주변 사람들이 돈 얼마나 벌었냐며 질문에 대는 통에 힘들어하셨습니다”고 전했습니다.


가족들이 산골 소녀 영자처럼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의 비극이 일어날까 많은 걱정을 했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산골 소녀 영자 사건은 지난 2001년 당시 모 통신사 광고에 나왔던 시골 소녀의 아버지가 돈을 노린 괴한에게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결국 자택 주변에서 수상쩍은 행동을 하는 낯선 이들이 찾아오자 할머니는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6년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5년 후인 2021년 4월 17일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영화 집으로에서 김을 본 할머니는 소박한 자연주의와 따뜻한 모성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화려한 대사도 액션도 없었지만 표정과 손짓 하나하나만으로 집으로 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의 명작으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우리 할머니로 남은 김을분 할머니가 부디 그곳에서 어떤 아픔도 걱정도 없이 편히 쉬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