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 지인들에게 시한부 고백” 허참과 조용필 두 사람의 안타까운 우정

올해 초 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허참의 별세 소식에 많은 분들이 가슴아파하셨죠.

지난 설날 당일 세상을 떠난 진행자 허참은 간암 투병 중인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간암 투병 중이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대중들 심지어 가까운 지인들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와 가까웠던 코미디언 이홍렬은 “투병 생활을 4년간 했는데 한 달 전에 알게 됐다.  그동안 자주 만났는데도 전혀 티를 내지 않다 한 달 전에 연락이 끊겼다. 형님이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보다.”라고 밝혔다.


마이크를 잡으면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진행에만 빠진다는 허참은 1984년부터 25년간 가족오락관을 진행하며 명mc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1973년 군에서 막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허참은 결혼 밑천 삼는다고 고이 모아 온 여동생의 돈 3만 원만 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방송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위해서 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군대 친구와 종로에 놀러간 허참은 당시 이종환이 운영하던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 들렀다가, 추첨에 당첨되어 무대로 올라가게 되었는데, 진행자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라고 묻자 허참은 “아… 기억이 안납니다” 라며 능청을 떨었고, “허 참,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라는 면박에 재치있게 “아 그래요, 제 이름이 바로 허참입니다” 라고 받아치면서 클럽 안의 사람들을 전부 빵 터뜨렸다.

이것이 부산 청년 이상룡이 허참이란 예명을 쓰게 된 계기였다

허참의 재능을 알아본 이종환은 그를 쉘부르의 MC 겸 DJ로 채용하여 그의 명성은 높아졌고, 쉘부르의 손님으로 그를 지켜보던 당시 MBC PD가 허참을 새 라디오 프로그램 청춘은 즐거워 MC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방송계에 데뷔하게 되었다.

그러다 7대 가수쇼 MC로 TV 무대에 진출했고, 그 이듬해인 1977년부터 TBC의 간판 쇼 프로 쇼쇼쇼의 MC를 맡으며 명실상부 당대 최고의 MC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허참은 140명이 넘는 여성 mc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허참은 방송 mc를 하면서 이 중 가장 기억나는 파트너로 정소녀를 꼽았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쇼쇼쇼를 진행하며 허참과 정소녀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 호흡은 가족오락관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크게 다투기도 했는데요.

당시 mc들은 대본을 후다닥 읽고 지나가는 콘셉트였는데, 정소녀가 허참의 몫까지 진행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화가 난 허참이 대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고 합니다. 

멘트를 뺏겨 화가 난 게 아니라 할 말을 못하고 지나가게 돼 화가 났다고 합니다.

그 이후 허참은 이에 대해 사과했고 더욱더 사이가 좋아져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과거 신발 가게를 할 때 도움을 준 절친 조용필과도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과거 DJ를 할 때 친해진 조용필과 자주 술을 많이 마셨는데, 같이 노래방을 가서 노래를 수십곡씩 불렀다고 합니다.

가왕인 조용필이지만, 노래방 점수는 49점으로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번은 술에 취한 조용필이 아무 이유 없이 허참의 뺨을 때려, 깜짝 놀랬다고 합니다.

옆에서 이 소리를 들은 이홍렬은 “뭐라고 깝죽대셨느냐”고 재치있게 말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생전 마지막 방송이 된 진리 식당의 녹화에서 그는 눈에 띄게 야윈 얼굴로 등장해 걱정을 샀습니다.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그의 건강이었지만, 끝내 설날 당일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랜 시간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최고의 방송인 허참의 발자취를 잊지 않겠습니다.